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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름의 향연이었던 20살의 첫 섹스. 그 때쯤의 나는 침대 위의 이등병이었다. 내 멋대로 조심스러움과 씩씩함을 옮겨 다녔고,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기뻐할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이렇게 하면 황홀해하겠지?’ 하면서 내 나름대로 어필 될만한 행동을 펼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기쁨은 상대방의 기쁨이 아니라 나의 기쁨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이제는 섹스라는 것에 대해서 익숙해졌고, 얕게나마 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예전에는 ‘했거나’, ‘못 했거나’ 의 여부만으로 섹스를 논했지만, 지금은 했음의 여부에 대해서 심하게 집착하지 않는다. 섹스에 대해서 급하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와 상대방과의 관계가 내가 원래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섹스가 오로지 환희로 가득 차 있는 신성한 행위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섹스란 상당히 여러 가지 감성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 없는 복잡한 무언가로 여겨진다. 환희와 행복을 담고 있지만, 슬픔과 씁쓸함, 그리고 애잔함까지도 담고 있는 그 무언가. 내가 섹스에 대해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확실한 시기는 생각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섹스를 깊숙이 생각하게 됐다. 어릴 때는 정말 섹스 자체가 목적이었다.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섹스에 능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내가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분별한 섹스는 오히려 찰나의 쾌락 후 허탈함의 쓰나미를 불러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면 할수록 좋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섹스. 물론 횟수가 증가할수록 기술적인 면은 발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발전된 기술이 항상 즐거운 섹스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로 상대방과의 정신적 교감 상태까지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즐거운 섹스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나 태도를 취해야 할까? 여러 가지 수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자 태도는 바로 ‘배려’ 다. 물론 섹스에 있어서, 배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실제 행동으로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배려 없는 섹스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엇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불쾌감과 폭력성을 줄 수도 있다. 섹스란 둘이서 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둘 다 만족해야 즐거운 섹스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즐거운 섹스를 안겨주려면 육체와 정신의 합일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에 기반에는 배려가 깔려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배려란 섹스 전이나 섹스 중, 그리고 섹스 후에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소통을 말한다. 섹스를 하면서 상대방이 꺼리는 행동을 지양하고 각자가 느끼는 불쾌한 자극과 상쾌한 자극에 대해 서로 공유하며 차츰 즐거운 섹스를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뜬금없지만 지금까지 섹스에 대한 내 짧은 지론을 읽은 소감이 어떠한가? 여기까지 쭉 읽어 내린 당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지금 다시 한 번만 이 글을 처음부터 반복해서 읽어봤으면 하는, 또 한 번의 수고를 부탁한다. 그리고 다시 읽기 전에 하나 참고해야 할 사항은, 위 글에서 ‘섹스’라고 적혀있는 부분을 ‘사랑’으로 바꿔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섹스를 넣어서 읽었을 때와 사랑을 넣어서 읽었을 때, 이 글이 비슷한 느낌으로 느껴지는가? 지금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나는 섹스와 사랑이 분명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고, 아니 어쩌면 교집합을 넘어 거의 동일한 형태의 교감일수도 있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사랑 없이도 섹스를 하는 사람이 있고, 섹스 없이도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섹스와 사랑은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비슷한 형태의 교감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섹스를 하고 있는지,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교감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처럼 말이다."